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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바리스타의 역할


 바리스타의 역할은 무엇일까? 단순히 커피를 내리는 직업일까? 어쩌면 단순히 커피만 내리는 직업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요즘 들어서 바리스타에게 요구되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거 같다. 당연한 걸 수도 있겠지만, 어쩌면 많은 것들이 요구되는 것들이 서비스 관련된 게 아닐까 싶다. 여기서 논외인 경우가 있는데 오로지 커피만 내리는 경우다. 가끔 정말 커피만 내리는 포지션에서 일하는 바리스타가 있는데 이 경우에는 제외하고, 우리나라에서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손님을 맞이하고 결제하고 음료를 만들고 손님에게 음료를 나가는, 이 포지션을 우리는 바리스타라고 한다. 

 

 더 이상 바리스타는 커피 내리는 직업이 아니다. 커피를 맛있게 잘 내려야 하는 건 물론이고, 커피에 관한 지식도 있어야 하며 동시에 서비스 또한 잘해야 한다. 상권에 따라서 외국어도 적당히 해야 한다. 커피를 전문으로 하는 직업이지만 어쩌면 커피는 부가적인 것이고 서비스를 하는 직업이 아닐까? 한편으로는 아무나 할 수 있고 진입 장벽이 낮았던 직업이었다면 이젠 전문직처럼 되어가고 있는 거 같다. 이점은 꽤나 긍정적이라고 볼 수 있겠다. 

 

 여전히 나는 바리스타는 서비스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커피는 부가적인 것이고 서비스를 하는 직종이라 생각한다. 솔직히 말하자면 머신만 괜찮고 적당히 배운다면 보통의 또는 평균의 커피 맛을 낼 수 있다. 하지만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손님의 재방문은커녕 맛있는 커피를 맛없게 만들 수 있으며 맛있음을 극대화할 수 없을 것이다. 이건 비단 커피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디에 가서든 서비스가 좋지 않다면 그 매장에서 판매하는 그 어떤 것도 사고 싶지 않으며 재방문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내가 이토록 서비스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있다. 약간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나는 마음과 생각이 커피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한다. 내가 오늘 기분이 안 좋은 상태에서 또는 부정적인 마음으로 커피를 내린다면 그 커피가 맛이 있을까? 서비스 또한 마찬가지다. 최상의 서비스는 결국 긍정적인 마인드에서 오는 것이기에. 아무리 웃고 상냥하게 얘기해도 마음에 부정적인 것이 가득 차 있다면 결국 안에 있는 것이 밖으로 표출되기 마련이다. 그렇기에 늘 긍정적인 생각과 마음을 갖고 있게끔 나 자신을 스스로 조절해야 한다. 일종의 마음 훈련 내지 생각 훈련 정도가 될 거 같다. 

 

 그래서 나는 바리스타는 더 이상 커피만 내리는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커피만큼 관심 가져야 하고 가꿔야 하는 것이 바로 서비스다. 물론 각자가 서비스를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서 조금씩은 달라지겠지만. 기본은 정해져 있다. 손님이 음료를 받기 전까지 손님의 기분이 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매장 밖으로 나가는 그 순간에도 손님의 기분이 좋음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여기까지가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볼 때 바리스타들이 가장 놓치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인사가 아닐까 싶다. 인사가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손님 입장에서는 그 매장의 첫인상이다. 손님에게 인사를 하는 이유는 손님이 매장에 들어왔음을 바리스타가 인지하고 있구나를 느끼게 해주는 것인데, 이 인사를 하지 않으면 꽤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가 않다. 물론 이것에 크게 개이치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은근 신경을 쓴다. 그리고 손님이 나갈 때 하는 인사도 들어올 때만큼이나 중요하다. 매장의 마지막 인상을 결정하는 것이니까. 바리스타가 손님이 나갈 때 인사를 하면 대부분의 손님들은 인사를 해준다. 그런데 보통의 바리스타들은 허공에 인사를 한다. 그러니까 손님도 그 인사에 반응을 하려고 뒤를 돌아보거나 인사를 하려고 하면 꽤 민망한 상황이 연출이 된다. 그래서 아무 의미 없는 허공에 하는 인사는 안 하느니만 못하다. 아무리 바빠도 손님이 나가면 꼭 손님을 쳐다보면서 인사를 하자. 

마지막으로 정말 최악은 손님이 먼저 인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답하지 않는 것이다. 이건 더 이상 말할 가치가 없다. 인사처럼 사소하고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이러한 사소한 것이 손님의 재방문을 결정한다. 

 

 우리가 재방문을 하는 매장들을 한 번 떠올려보자. 그 매장을 다시 가는 이유는 굉장히 사소하다. 반대로 다시 가지 않는 이유 또한 굉장히 사소하다.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가 사소한 것에 감동을 받고 실망을 하는 거 같다. 물론 정말 세상 최악인 서비스를 받아서 재방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이건 좀 드물지 않을까? 세상 최악인 서비스를 하기도 쉽지 않다. 

 

 시간이 갈수록 바리스타에게 요구되는 것들은 많아질 것이다. 맛과 서비스를 이어서 또 무언가를 요구할지 우리는 모르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리스타는 더 이상 커피만 내리는 사람은 아님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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