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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

 

 카페를 창업하게 된다면 가장 먼저 생각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커피의 맛이다. 어떤 원두를 선택해서 커피로 판매할 것인가? 물론 프랜차이즈를 한다면 프랜차이즈마다 사용하는 원두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고려 대상이 전혀 아니다. 우리가 프랜차이즈 창업을 할 땐 그 프랜차이즈의 이미지와 전략에 초점을 두고 브랜드를 선택하지 커피의 맛 때문에 특정 브랜드를 선택하지는 않는다. 이건 소비자 입장일 때이며 창업하는 입장에서는 고려 대상이 아니다. 고려 대상이 아니라기보다 그렇게 중요한 부분은 아니다. 일정 부분 고려는 해야 하긴 하는데 사실상 고려를 안 해도 무방하다.  결국 개인 카페만 해당되는 내용이지만 카페를 창업하는 입장이 아니어도 한 번은 생각해 보면 좋을 거 같다.

도대체 맛있는 커피란 무엇일까? 맛있는 커피는 존재하기는 할까? 

 

 우린 음료에 대해 이야기할 때 맛있다는 표현을 하는가? 콜라가 맛있다, 사이다가 맛있다, 레모네이드가 맛있다, 쌍화차가 맛있다 등, 이런 이야기를 할 수는 있지만 음료에 있어서 맛있다는 표현을 쓰는 경우는 드물다. 글을 쓰고 나서 보니까 콜라나 사이다를 마실 때 맛있다고 하지는 않는 거 같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해 보면 음식과 다르게 음료는 취향의 영역이라 그런 건지, 내 스타일이다, 내 취향이라는 말로 맛있다는 말을 대신한다. 하지만 음료라는 큰 틀로 보았을 때 그런 것이지 커피만 놓고 본다면 또 다른 거 같다. 커피가 맛있다고 표현하는 사람을 본 적이 있는가? 보통 이 집 커피를 잘한다고 얘기를 하거나 커피의 특정한 맛이 강하고 약하고를 이야기한다. 물론, 점점 커피가 대중화가 되고 커피를 즐기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커피가 맛있다라고들 이야기를 하지만, 근본적인 접근을 했을 때, 커피가 맛있다고 하는 게 맞는 것인가? 그러니까 맛있는 커피의 기준이 무엇인가?

 

 커피는 정말 취향의 영역이다. 일반 음료처럼 정해진 맛이 없다. 어떤 원두를 사용해서 어떤 머신으로 누가 내리냐에 따라서 맛이 바뀌기 때문에. 탄산음료는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맛은 똑같다. 왜냐면 정해진 레시피가 있으니까. 그런데 커피엔 정해진 레시피라는 게 없다. 왜냐면 커피가 어떤 맛인지 그 누구도 정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당신에게 "커피는 무슨 맛인가요?"라고 물어본다면 "커피는 쓴맛이야"라고 대답할 것인가? 커피는 쓴맛만 존재하는가? 물론 브랜드마다 추구하는 맛이 있다. 그렇지만 '커피' 자체를 어떤 맛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각자가 갖고 있는 커피에 대한 이미지와 맛은 존재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물론 대중적인 맛은 존재한다. 스타벅스로부터 시작된 쓴맛. 커피는 쓴맛이다. 이건 스타벅스로 인해 우리에게 굳혀진 것이지, 커피는 쓴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맛인지 정의할 수 없기에 맛있다고 얘기하기가 어려운 게 아닐까. 기본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맛이라는 게 없기 때문이다. 

 

 라면으로 예들 들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기존의 맛들이 있기 때문에 맛있다고 하면 어느 정도 맛있다는 것에 대한 기준이 잡히지만 커피는 그 기준이 없다. 누군가는 산미가 강한 커피를 맛있다고 할 수 있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쓴맛이 강한 커피를 맛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커피엔 한 가지 맛만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내가 기호에 따라서 맛있음과 맛없음을 구분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사람들은 어떤 커피를 맛있다고 하는 것일까? 

 

 아무리 커피가 취향에 따라서 맛있음을 정의하는 게 각자가 다르다고는 하지만, 대중적인 또는 특정한 맛이 났을 때 다수가 맛있다고 하는 그 부분이 있을 것이다. 나는 여기에 스타벅스가 큰 일조를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커피는 전체적으로 쓴맛이 나야 한다. 그래야 커피라고 생각을 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카페는 쓴맛이 지배적인 커피를 지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것이 대중적이니까.

 

 그렇다면 개인 카페는 맛있는 커피를 팔아야 살아남을 수 있는데, 쓴맛이 지배적인 커피를 팔면 되는 것일까? 수차례 얘기했듯이 아무리 인테리어가 예쁘고 소품이 아기자기하고 포토존이 많아도 이 모든 것은 일회성이다. 한 번 방문하면 더 이상 방문할 이유가 없다. 자연이 테마인 곳이 아닌 이상 우리가 두 번이나 같은 카페를 가는 이유는 오로지 맛이다. 맛이 없는데 굳이 두 번이나 방문을 한다? 그건 정말 인테리어가 미쳤거나 디저트가 너무 맛있거나 아니면 주변에 카페가 없어서이다. 그 카페에서 무엇을 팔든, 맛있는 게 하나는 있어야 한다. 이왕이면 카페니까 커피가 맛있는 게 좋겠다. 

 

 결국 맛있는 걸 팔아야 카페가 살아남을 수 있다. 주변에 오래된 카페, 손님들이 바글거리는 카페를 한 번 봐보자. 살아남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기본적으로 맛있어야 한다. 대중적인 맛을 팔든, 마니아를 잡든 둘 중 하나는 선택해야 한다. 어중간하면 프랜차이즈를 가지 굳이 개인 카페를 갈 이유가 없다. 그래서 요즘 카페들은 원두 선택이 가능하며 보통 두 가지이다. 산미가 있거나 없거나. 그러니까 대중과 마니아 둘 다 잡겠다는 것이다. 

원두 선택이 가능하다는 건 어찌 보면 요즘은 당연하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굉장한 매력 포인트였다. 손님의 재방문을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였다. 아무튼 손님의 재방문을 기대하려면 맛있어야 한다. 재미있는 건 이 맛있음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인테리어와 분위기 그리고 음료와 어울리는 디저트 및 홍보가 잘 되어야 한다. 아무리 맛있는 커피여도 손님이 먹기 전까지는 그게 맛있는지 맛없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많은 카페들이 인테리어와 홍보에 힘을 쓰는 것이다. 방문을 해야 맛있든 맛없든 알 수 있으니까. 

 

 여전히 나는 맛있는 커피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어떠한 맛이 나야 맛있는 것인지 그저 개인의 취향이 아닐까 싶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맛있는 커피는 단순히 원두의 품질에 따라서 결정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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