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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시국이 골로 가버렸다. 이런 표현이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코로나19로 인해서 어느 한 나라 빠짐없이 위기를 맞이했다.

위기를 맞이했다는 표현보다는 위기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다.

경제가 어려워지는 것과 별개로 코로나로 인해 모든 여행이 중단되었다. 그래도 한국의 여권의 힘이 꽤 강한 편으로 알고 있는데 바이러스 앞에선 장사가 없다 보다. 현재 한국인이 갈 수 있는 해외는 없다고 보는 게 맞겠다. 물론 내가 한국인이 아니어도 해외 어디를 간다는 것은 불가능 한 상황이며 간다 하더라도 여행의 목적으로는 갈 수 없다. 그 정도로 사태가 심각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다음에 보려고 아껴둔 로마의 바티칸을 앞으로 영영 못 볼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동시에 언제쯤이면 다시 여행을 갈 수 있을지.

여행은 자고로 시간과 돈이 둘 다 있어야 가능 한 것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만 있으면 갈 수 있는 게 여행이다. 누군가는 시간이 없어서 못 간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짧은 시간을 감당할 돈이 없는 게 아닐까. 세수하면서 뭐라고 쓸지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까먹었다.

여하튼 정말 많은 돈이 있다면 시간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물론 절대적인 시간이 어느 정도 받쳐줘야 하지만 그 절대적인 시간조차 받쳐주지 않고 돈을 버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돈을 많이 벌면 시간이 없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그 수많은 일들을 제치고 여행 한 번 정도는 다녀올 수 있다. 그리고 그동안 멈춰진 일들로 인해 내 재정 상태가 비상을 선포하지는 않는다. 그만큼의 여유가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상대적으로 시간은 많고 돈은 없는 사람들은 결국 시간도 없고 돈도 없는 것이다. 한 번의 여행이 꽤나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의 직장인들이 한 번의 여행에 모든 걸 거는 게 아닐까.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물론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아주 부정적인 생각을 버려야 하지만 삶이라는 게 그렇다. 정말로 여행을 다녀와보니까 언제 다시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날수록, 나이를 먹을수록, 내가 책임져야 할 것들이 많아질수록 나를 위한 시간은 자연스럽게 줄기 마련이다.

새벽같이 일어나서 여행도 일처럼 하는 게 한국인이다. 여기엔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하겠지. 나도 그래봐서 안다. 그리고 그렇게 해보니 좋은 것도 있고 그리 좋지 않은 것도 있다. 모든 일이 그렇다. 다 좋을 수는 없다. 중요한 건 내가 선택한 것인지 혹은 타의에 의해 선택한 것인지가 중요하다.

내가 선택한 것이라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과 생각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내가 내 돈과 시간 써서 여행하겠다는 데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 서로 다를 뿐. 여행엔 정답은 없다. 다들 할 거 없는 부다페스트에 한 달을 왜 갔냐고 물었지만, 2년이 지난여름에 나는 딩고 라이프와 촬영을 하게 되었다. 누가 알았겠는가. 내가 부다페스트를 가지 않았더라면, 블로그를 하지 않았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었음이 분명하다.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해 보자면 수많은 블로거들이 있었겠지만, 그중에서 내가 제일 섭외하기 쉬웠던 게 아닐까 싶다. 여하튼 내겐 아주 값진 경험이 되었다.

돈과 시간에 대해 좀 더 얘기해보려고 한다. 지금 같은 시국엔 돈이 아무리 많고 시간이 아무리 많아도 여행은커녕 밖에도 나가지 못한다. 공포감을 조성하는 게 아니라 실제 상황이 그렇다. 맘 편히 여행을 할 수는 없지. 한국인을 받아주는 나라가 없을뿐더러.

그리고 내 상황이 그렇다. 지금 당장 여행을 가라고 하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돈과 시간이 어느 정도 받쳐준다. 말 그대로 나는 프리랜서니까. 정확하게 말하자면 졸업하고 알바를 구하고 있는 백수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모아둔 몇 푼이 있다. 이 정도면 물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짧게는 한 달 길게는 세 달까지 여행을 할 수 있을 거 같다. 근데 지금 상황엔 내 통장에 100억이 있어도 못 가는 게 여행이다. 100억이 있어본 적이 없어서 내가 이렇게 쉽게 얘기할 수 있는 것이겠지만, 여하튼 지금 상황엔 돈이 전부가 아닌 듯싶다.

3~5월 사이에 어머니와 유럽 여행을 가려고 했으나 왠지 시국이 점점 파국으로 가는 거 같아서 잠시 보류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직 3월이 채 가지도 않았는데 이런 시국을 맞이했다. 결론적으로 아무것도 예약하지 않은 것이 신의 한 수가 아니었을까. 원래였다면 1월에 예약을 다 마무리 지었을 텐데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 그리고 그 망설임을 가지고 지내던 날 우리는 코로나를 맞이하게 되었다.

4월엔 벚꽃을 일본에서 한 번은 보고 싶었는데, 이 시국을 이 시국에 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아마 못 가겠지. 4월은 고사하고 9월에라도 갈 수 있다면 다행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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