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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여행을 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첫 유럽 여행 그리고 두 번째 유럽 여행, 학교 오티를 도망가고 다녀온 도쿄 여행. 왜 여행은 늘 아쉬움이 남을까.

도대체 어떻게 여행을 해야 만족할 수 있을까. 오늘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면서 만족스러운 여행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과연 만족스러운 여행을 한 적이 있는지.


부족함 없이 쓰고 보고 싶은 거와 하고 싶은 걸 다 하고 온다면 과연 만족할 것인가. 결국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으면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는 없는 것일까. 5성급 호텔에서 와인 한 잔을 마시며 테라스에서 에펠탑을 보는 것과 잔디에 앉아서 맥주 한 캔 마시는 것과 어떤 것이 더 만족스러울 것인가.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나에게 더욱 큰 만족감과 행복을 안기는 것은 무엇인가. 당장은 에펠탑이 보이는 숙소에서 마시는 와인이 만족스럽고 여행의 맛(돈의 맛이라고 할 수도)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잔디에 앉아서 마신 맥주 한 캔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겠다.


만족감과 기억에 남는 것은 조금 다른 이야기다. 평소 와인을 좋아하는 사람이 매일 와인을 마시며 여행을 하면 만족은 하겠지만 2천만 원짜리 와인을 마신다면 만족이 아닌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다. 물론 만족했기 때문에 기억에 남는 거라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적어도 나는 만족하는 것과 기억에 남는 것은 좀 다르다고 생각한다.


통장 잔고를 신경 쓰지 않고 여행을 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부족함 없는 여행의 만족감에 대해 알 수 없다.


철두철미하게 여행을 준비해서 간다면 만족할까. 단 하나의 오점 없이 여행 일정을 준비하고 소화한다면 나는 여행에 만족할까. 내 여행 스타일이 그렇지 않아서 굳이 안 해봐도 만족을 안 할 거 같긴 하지만 의외로 만족할지도 모른다.


도대체 어떤 부분이 여행의 만족도를 좌지우지하는 것일까.


당연한 얘기를 먼저 해보자면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숙소가 마음에 들면 여행에 만족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고, 식당이 마음에 들면 여행에 만족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즉, 모든 것에 만족할 수는 없고 평소 자신이 중요하는 것 하나만 마음에 든다면 그 여행은 성공한 여행 즉, 만족스러운 여행이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좋은 뷰가 있는 숙소, 맛집, 액티비티를 하는 게 아닐까. 모든 것을 최상으로 준비한다면 확률적으로 내가 만족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행을 자주 가는 사람이라도 대충 여행을 준비하는 법은 없다. 내 시간과 노력 그리고 돈이 들어간 이상 최대한 즐기고 오고 싶은 마음은 누구나 마찬가지다. 여행 횟수와 지갑 사정과 상관없이 여행하는 우리 모두는 완벽한 여행을 꿈꾼다.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일정을 소화하며 남들 할 거는 다 하지만 남들이 하지 않는 것도 해야 하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여행을 꿈꾼다. 아마 남들이 하지 않은 것을 하는 여행이 가장 큰 만족감을 주지 않을까 싶다. 평소 이런 생각은 안 하지만 갑자기 든 생각이다.

그 특별함은 그리 크지 않아도 된다. 정말 사소한 것이어도 남들과 다른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이 든다면 아마 만족스러운 여행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반대로 아주 사소하지만 남들과 다른 의미로 다르다고 생각이 들면 아마 그 여행은 만족스러운 여행이 아닐 확률이 높다. 물론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이겠지만, 전자와 다르게 어딘가 부족한, 2% 부족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숙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숙소만 마음에 들면 일정이 조금 빡빡해도 그 사람에겐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은 "일정이 빡빡해서 힘들었지만 숙소가 좋아서 만족했어"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그 여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만족스러운 여행이었다고 기억할 것이다. 하지만 숙소를 제외하고 모든 것이 완벽한 여행이었다면 그 사람은 분명히 "다 좋았는데 숙소가 아쉬웠다"라고 말할 것이다. 중요한 건 마지막 문장이다. 마지막 문장을 어떻게 구성하냐에 따라 그 문장의 의미가 결정된다. "다 좋았는데 숙소가 아쉬웠다"라는 말은 결과적으로 여행이 아쉬웠단 뜻이다. 그 사람 기억 속엔 아쉬운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그렇기에 평소 본인이 여행하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것을 알고 있다면 절반은 성공한 여행이다. 그다음은 그것을 철저하게 준비만 한다면 '아쉽지만 만족스러운 여행'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글을 쓰다 보니 정답을 찾은 거 같다. 여행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고민해보고 그것을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그리고 그것에 만족감을 느낀다면 그 여행은 만족스러운 여행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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