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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것일까. 다른 이들이 어떤 이유로 가든 그건 그리 중요하지 않다. 집 밖으로 나가는 걸 싫어했던 나는 왜 여행을 가고 싶어서 안달이 났을까.


곧 있을 혹은 없을지 모르는 세 번째 유럽 여행을 앞두고 나는 왜 여행이 가고 싶은지에 대해 명료한 대답이 내 안에 존재하지 않은 듯싶다. 전에는 새로운 것이 궁금했고 낯선 것에 대한 기대감과 두려움을 즐겼던 거 같은데 지금은 왠지 모르게 망설여진다. 어떤 이유 때문에 그러는지는 알 수 없다. 물론 이번에 준비하고 있는 여행이 이전에 다녀온 여행의 성격과는 전혀 다르다. 전혀 다르다고 하기엔 좀 애매하지만 여행이 목적이 되는 여행은 아니다. 여행이 목적이 아니면 그게 여행일 수 있을까 싶지만 그래도 여행은 여행이다. 다만 목적이 관광지나 다니면서 감탄사를 연발하는 게 아닐 뿐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유로 가는 거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그리고 내가 마주하는 모든 일들이 현실이겠지. 짧은 순간 나에게 일어나는 기적과 같은 여행의 느낌이 아닌 나에겐 일상이지만 다른 이들에겐 일상이 아닌 일들을 하고 올 거 같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유럽은 늘 어느 분야에서든 우등할 거 같다. 실제로 우등하다. 하지만 여행객 입장에선 전혀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도움이 안 된다. 유럽 여행을 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듣는 이야기는 소매치기에 관련된 이야기이다.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이 득실거리는 곳이 유럽이다. 물론 짧은 나의 여행 경험으로 말하는 것이라 일반화하기엔 섣부르지만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 것이다. 소매치기와 사기꾼들이 얼마나 득실거리는지.


한국처럼 도로마다 CCTV가 생긴다면 아마 소매치기는 빠른 시일 내에 사라질 거 같다. 하지만 CCTV가 없다고 해서 소매치기가 많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소매치기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그것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경찰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고 한다. 일을 해결해 줄 생각이 없을뿐더러 사실상 물건을 되찾거나 범인을 잡는 건 불가능하다고 한다. 어찌 보면 무책임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무책임들이 쌓이고 쌓여서 소매치기 강국을 만드는 게 아닐까 싶다. 물론 경찰의 대응으로 소매치기가 사라지지 않는다라고 볼 수는 없다. 너무나도 수많은 이유들이 존재하지만 사소한 것 하나하나 바뀌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가장 생각하기 쉽고 접하기 쉬우면서 많이 들은 이야기가 경찰들의 행동이다. 그리고 그들이 그렇게 행동을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존재할 것이다.


전에 여행할 때는 내가 조심하면 소매치기를 당할 일이 없었다. 강도를 만나지 않는 이상 본인의 부주의함이 아니고서야 소매치기를 당하기 쉽지 않다. 소매치기를 당한 사람을 탓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소매치기가 있고 흔히 일어난다는 걸 알고 있다면 좀 더 본인이 긴장을 하고 주의를 해야 한다. 그 사회가 잘못된 것이지만 당장 나는 여행을 가야 하고 내가 선택해서 여행을 하는 건데 그 사회를 단기간 내에 바꿀 수 없다면 개인이 조심해야 한다.


여행하면서 촬영을 하고 사진을 찍을 생각을 하니 소매치기에 대한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면 소매치기는 그렇게 큰 위험요인이 아니다. 다시 구매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유럽에 있는 모든 국가가 소매치기가 심각하지는 않다. 몇몇 국가의 특정 도시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다만 그 특정 도시들이 많은 사람들이 여행을 가고 여행을 가고 싶어 하는 도시라는 것이다.

유럽의 단점을 적으라면 정말 끝도 없이 적을 수 있을 거 같다. 단점이라고 해봤자 식당에서 물을 사 마셔야 하며 숨을 쉬는 것 이외엔 모든 것이 돈이라는 것 정도 되겠지. 그리고 이건 문화의 차이이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볼 수 없다. 그저 한국과 다른 점인데 한국에선 일상이 유럽에선 돈을 지불하고 해야 하는 일이 되기 때문에 단점이라고 보는 게 아닐까.


여행하기 좋은 나라는 당연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살기 좋은 나라 또한 대한민국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돈이 많으면 대한민국처럼 살기 좋은 도시가 없으며 특정 나이대엔 지옥 같은 대한민국이 특정 나이를 벗어나 경제적으로 여유로움을 갖게 되면 천국으로 바뀐다.

여행객 입장으로 한국을 바라본다면 뭐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부담스러울 정도의 서비스와 외국인에게 유독 관대한 점 그리고 돈을 지불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는 수많은 서비스들이 있다. 그리고 배달 음식과 미친 속도의 인터넷. 카페나 음식점에서 내 가방을 열고 있어도 잠시 짐을 두고 화장실을 가거나 전화를 받으러 나가도 내 소지품은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 줄을 내 짐으로 대신 서게 할 수도 있다.


와이파이를 예로 들어서 생각해보자. 우린 어디를 가든 와이파이가 있다. 없는 곳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다. 심지어 버스에서도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다. 전철은 기본이다. 아직 기차엔 없다. 이게 조금 불편하지만 기차를 제외하고서 와이파이가 없는 곳이 있을까.

유럽에선 일단 와이파이 되는 곳을 찾아야 한다. 돈을 내고 이용하거나 아니면 없거나. 호텔을 이용해도 인 당 하나의 아이디가 제공이 된다. 그러니까 휴대폰으로 와이파이를 사용하면 노트북으로는 사용할 수가 없다. 정말 특이한 시스템이다.

일단 속도 느리고 지하에서 안 되고 그냥 와이파이는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하다. 인터넷 사용이 너무나도 익숙한 한국인들에겐 와이파이가 없는 생활은 상상하기 어렵다. 정확하게 보자면 데이터가 느리고 잘 안되는 곳은 상상하기 싫다.

한국에서 생각해보자. 카페에 갔는데 와이파이가 없고 데이터마저 잘 안되거나 느리다면 재방문할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무리 맛이 좋고 인테리어가 기갈 나도 이미 데이터가 안 되는 거에 끝이다. 아마 그 카페는 테이크 아웃 전문점으로 바뀔지도 모르겠다.

근데 사람이라는 동물은 적응의 동물이기 때문에 와이파이 없음에 적응하고 데이터 느림에 적응을 한다. 그리고 자연스레 스마트폰과 멀어지고 그 빈 공간을 다른 것으로 채운다. 스마트폰 중독자들에겐 유럽 여행이 어쩌면 가장 효과가 좋은 치료 방법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여행하기 전혀 좋은 곳이 아닌 도시들이 너무나도 많지만 하나도 빠짐없이 다 가보고 싶다. 청개구리 같은 마음은 대체 무엇 때문에 생기는 것일까. 여행을 끊임없이 하면 언젠간 알 수 있을까. 수많은 도시들을 다 방문해보면 궁금증이 풀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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