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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테리어와 메뉴


 이번 포스팅은 인테리어와 메뉴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인테리어와 메뉴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기에 같이 얘기하려 한다. 이에 대해서 굉장히 쓸 내용이 많지만 최대한 줄이고 줄여서 꾸역꾸역 다 담아보려고 한다.

 

 창업을 할 때 인테리어가 먼저일까? 메뉴 선정이 먼저일까? 기본적으로 카페라고 한다면 커피를 판매하니까 커피를 제외한 메뉴들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에스프레소 바는 제외하겠다. 이미 에스프레소 바는 일정 부분 인테리어와 메뉴가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기존 틀에서 벗어나기가 어려운 거 같다. 또한 프랜차이즈는 정해진 틀이 있기에 논외다. 이번에 얘기할 건 개인 카페 창업 시 인테리어와 메뉴에 대한 이야기다. 

 

 카페 창업을 준비할 때 인테리어부터 구상해야 할까 아니면 메뉴부터 정해야 할까? 

요즘엔 시그니처 메뉴가 없는 곳이 없으니까 시그니처 메뉴도 생각해야 하고, 상권에 맞게 메뉴를 만들어야 한다. 내가 팔고 싶다고 해서 메뉴에 다 넣을 수는 없다. 잘 팔리는 메뉴를 준비해서 팔아야 한다. 예를 들면 아이들이 많이 오는 상권이라면 아이들을 위한 메뉴는 필수다. 아이들은 주문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메뉴가 있다면 대게 부모들은 주문을 해준다. 지금 일하고 있는 카페도 처음엔 아이들을 위한 음료가 없었는데 상권 특성상 점점 가족 단위의 손님들이 많이 오고 있어서 아이들을 위한 메뉴를 준비하고 있다. 이렇게 나중에 메뉴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상권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사전 조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가 아닐까 싶다. 아니면 아이들이 원하는 메뉴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수도 있을지도. 이처럼 메뉴는 시행착오를 거쳐가면서 만들기도 하고 없애기도 가능하다. 즉 수정이 가능한데 인테리어는 한 번 정하면 바꾸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봐야겠다.

 

 이야기가 잠시 샜지만, 인테리어에 맞는 메뉴를 개발하는 게 쉬울까? 아니면 메뉴에 맞는 인테리어를 하는 게 쉬울까?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같은 질문일 수도 있지만,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인테리어와 메뉴가 조화롭지 못하다면 굉장히 이질감이 든다. 인테리어와 메뉴 둘 다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셈이다. 예를 들어 한동안 유행했던 콘크리트 노출형 카페에서 전통차를 판다고 하면 그게 조화로울까? 조화롭지 않다고 해서 음료가 맛없는 건 아니지만, 메뉴와 인테리어의 조화로움은 의외로 음료의 맛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 비슷한 이야기로 커피잔, 소주잔, 와인잔, 찻잔의 모양을 괜히 다른 게 아니다. 

 

 물론 인테리어나 잔의 모양으로 인해 기존의 맛있음이 한순간에 맛없음으로 변하는 건 절대 아니다. 다만 조화로웠을 때의 맛의 극대화를 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만약 그런 카페가 있다면 재방문을 할까? 인테리어가 아무리 괜찮아도 맛이 아무리 좋아도 조화롭지 못하다면 다시 방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좋음과 좋음이 만나서 더 좋음이 탄생하지는 않는다. 뭐라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 미묘한, 어색함 때문에 조화롭지 못한 카페는 다시 가기가 꺼려질 것이다. 결국 무엇이 먼저 든 간에 둘의 조화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나는 인테리어와 메뉴 중 인테리어가 먼저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가 카페에서 음료를 받기까지의 과정을 한 번 생각해보자. 일단 SNS에서 카페를 찾아보고 맘에 드는 곳으로 간다. 여기서 인테리어가 예뻐야 하고 맛있는 메뉴를 팔아야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 그리고 가게에 들어가면 주문을 하고 자리를 잡고 음료를 받아서 다시 자리에 와서 음료를 마신다. 저 수많은 순서 중에서 음료를 가장 마지막에 마신다. 카페라는 곳이 그렇다. 일단 자리를 잡고 수다를 떨다가 음료를 늦게 주문하기도 한다.  주문을 까먹을 만큼 매장의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좋았다는 게 아닐까? 그렇기에 인테리어가 먼저다.

인테리어가 소위 말하는 구려버리면 애초에 그 카페에 가지를 않는다.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겠다. 일단 손님이 들어와서 주문을 해야 뭐라도 하지 애초에 들어오지 않는다면 제아무리 맛있는 커피를 팔아도 의미가 없다. 그렇기에 메뉴와 맛은 그다음이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지만 여행을 가서 카페 가는 상상을 해보자. 평범한 건물에 있는 프랜차이즈에서 마시는 커피가 맛있을까? 아니면 바다가 보이는 해변가에 있는 프랜차이즈 커피가 맛있을까? 이처럼 눈에 보이는 인테리어와 분위기가 맛에 영향을 크게 미친다. 이에 대해서도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우리가 여행 가서 먹은 모든 것들은 집에서 먹으면 여행하면서 먹었던 그 맛이 안 나는 이유 중 하나가 이런 것 때문이다.

 

 물론 인테리어에 걸맞은 메뉴를 만들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테리어는 되돌리기엔 너무나도 많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물론 무한 자본이라면 매번 유행을 따라가는 인테리어를 할 수 있겠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기에 한 번 한 인테리어는 되돌리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기에 신중에 신중을 더해야 한다. 하지만 메뉴는 언제든지 변경할 수 있고 추가할 수 있으며 없앨 수 있다. 그렇기에 인테리어에 맞는 메뉴를 하나둘씩 찾아가는 게 더 수월할 것이다. 그리고 유행을 따라가는 인테리어는 정말 최악이다. 결국 그 유행이 지나면 철 지난 인테리어라서 어떻게 할 수가 없다. 차라리 깔끔하거나 간단하게 하자. 흰색이나 검은색으로 도배하거나 우드톤으로 가는 게 제일 무난하다. 무난하면서 최고가 아닐까?

여기서 테이블과 의자 그리고 소품에 따라서 분위기가 확 달라지기 때문에 진짜 소품 하나하나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이런 거까지 신경 써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 만큼.

 

 내 생각이 언젠간 바뀔 수 있다. 메뉴가 먼저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인테리어는 부가적인 것이고 커피의 맛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렇다고 현재의 내가 커피 맛이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다만 그 순서를 생각했을 때 고객은 커피의 맛을 가장 마지막에 느낀다는 걸 생각해 본다면 커피 맛 이외에도 신경 쓰고 관리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라는 것이다. 커피를 파는 카페가 커피를 가장 마지막에 평가하게 된다. 재미있는 건 그 커피 평가 안에는 다른 요소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된다는 것이다. 오로지 커피 맛만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평가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요소들이 반영이 된다는 것이다. 

 

 인테리어와 메뉴 무엇 하나 놓칠 수 없는 중요한 것들임에는 틀림없다. 그 순서에는 정답이 없고 각자의 판단만 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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