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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창업의 이유

 내가 앞으로 이에 관해서 얼마나 글을 쓸지는 모르겠으나, 글이 끝나갈 때 즈음 창업의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다. 앞으로 카페 창업에 관해 그리고 커피에 대해서, 지금까지 일하면서 느낀 것들 그리고 느꼈던 것들을 공유하려고 한다.

 

 2021년 한 해 동안 새로 개업한 카페는 약 1만 5천여 곳이나 된다. 그리고 최근 3년간 개업한 곳 네 곳 중 한 곳은 폐업을 했다고 한다. 이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이다. 그러니 3년 살아남으면 거기는 되는 카페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거 같다. 한때 부동산과 편의점이 한 집 건너 한집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치킨집이 그랬는데 이제는 치킨집보다 카페가 더 많다고 하니 얼마나 많은지 감이 잡힐 것이다. 한집 건너 한집이 아닌 사방팔방에 다양한 카페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너와 나는 왜 카페 창업을 하려고 하는 것일까? 어쩌면 창업 이외에는 방법이 없는 것일까?

 

 창업의 이유 없이 창업을 하는 건 꽤나 무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건 무엇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창업은 더더욱이나 이유가 있어야 한다. 하다못해 돈을 벌고 싶다는 단순하면서도 명확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누구 말대로 창업은 계층 이동이 가능한 수단이다. 나도 이 말에 일부분 동의를 한다. 그리고 직장 생활과 다르게 결과를 내가 만들어내고 하는 만큼 눈에 보이는 게 창업인 거 같다. 물론 노력 한다한들 다 결과가 잘 나오고 대박을 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회사 생활보다 낫다는 것이 창업을 하는 사람들의 주된 의견이다. 그리고 꼭 돈이 목적이 아닌 이들도 있다. 특히나 카페 창업은 어찌 보면 돈과 거리가 멀다. 어쩌면 카페에서 직원으로 일하는 게 창업을 하는 거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고 안정적일 수 있다. 물론 나이를 먹을수록 이직이 쉽지 않고 일하는 게 어려울 테고 진급에도 한계가 있겠지만, 창업보다는 안정적인 건 사실이니까. 종합해보자면 누군가의 사업장에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생각보다 짧다. 바리스타의 수명은 짧으니 작더라도 내가 운영하는 카페를 하려고 하는 게 이런 이유 때문일까? 

 

 다른 사람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게 안정적임에도 불구하고 결국 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대부분이 창업이 종착역이다. 그들과 깊게 이야기는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왜 그들은 카페를 하고 싶은 걸까? 결국 '내 카페'라는 게 하고 싶은 것일까? 아니면 누군가의 밑에서 일하고 싶지 않기 때문일까? 지금은 단지 경험과 추진력을 얻기 위한 시기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나도 내가 창업을 하려고 하는 이유를 아직 찾지 못했다. 그래서 여전히 창업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다. 이유가 없으니 할 수 없는 건 당연하겠지. 

내 가게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안일한 생각을 종종 하곤 한다. 그리고 나는 명확한 이유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아예 생각이 없는 건 아니다. 언제 카페 창업을 할지 모르고 어떤 기회가 찾아 올진 모르니 틈틈이 조금씩 생각은 하고 있다. 카페의 컨셉은 어느 정도 잡았으며 인테리어나 메뉴들 그리고 분위기 등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씩 생각은 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내가 카페 창업을 하려고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다. 결국 이유를 찾지 못한다면 창업을 해도 길게 가지 못하지 않을까? 그럴 거면 프랜차이즈를 차리는 게 낫지 않을까? 결코 프랜차이즈를 낮잡아 보는 게 아니다. 차라리 이유가 없다면 기존에 틀이 존재하는 보다 안정적인 프랜차이즈를 하는 게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이다. 이건 내가 프랜차이즈와 개인 카페에서 오픈 멤버로 일을 해본 결과 얻은 것이기에 나름 믿을만하다.

 

 설령 내가 지금 창업을 해도 나는 그 힘든 시간들 그리고 손님이 없고 매출이 나지 않을 때 그 시간들을 버티지 못할 것이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유가 있다면 버틸 수 있고 그 시간이 즐거울 수 있는데, 지금처럼 없다면 매일이 지옥 같지 않을까? 그래서 간혹 바에서 핸드폰하고 있는 사장님들을 볼 때면 이해가 조금은 안 된다. 물론 잠시 쉴 수 있고 충분히 핸드폰을 할 수 있다. 다만 그 핸드폰으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또는 게임을 한다면 조금 다른 이야기가 아닐까? 손님인 내가 봐도, 해야 할 일들이 산더미 같아 보이는데(이건 내가 카페에서 일을 하고 있어서 보이는 걸 수도 있다.) 한가하게 핸드폰이나 할 시간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그리고 편견이겠지만 앉아서 핸드폰을 하고 있는 모습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는다. 물론 핸드폰으로 업무를 볼 수 있고 연락을 취해야 할 상황일 수도 있다. 하지만 핸드폰을 하고 있는 모습 자체가 그리 좋아 보이지 않는다. 이건 명백한 편견이겠다. 

차라리 노트북으로 업무를 보는 게 더 나아 보인다. 물론 나도 나중에 창업을 하고 바에 앉아서 또는 서서 핸드폰만 주야장천 보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진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적어도 사장이라면 조금은 달라야 하지 않을까? 내 매장이니까.

 

 그렇다면 내 카페가 생긴다는 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나만의 공간이자 동시에 누군가에게 내어주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는지가 중요하지 않을까? 나에게 있어서 카페란 무엇인가?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인가? 아니면 커피는 부가적인 것이고 공간을 판매하는 것인가? 아니면 공간을 공유하는 것인가? 

카페라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하냐에 따라서 카페의 운영 방법이 달라질 것이다. 여기에 창업의 이유가 포함이 분명히 되어야 한다. 카페라는 공간을 어떻게 정의할지 정하지도 않고 창업을 하는 건 불가능하다. 창업의 수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공간에 대한 것일 테니까.

 

 나는 누군가가 내 공간에 와서 같이 시간을 보내도 좋을 거 같고 반대로 그들만의 시간을 그들끼리 보내도 좋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카페를 인테리어를 한다면 바에서 손님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테이블을 세팅을 할 것이다.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푹신한 소파와 테이블 두고 그들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그리고 또 다른 한쪽에는 전형적인 바 테이블을 놓고 개인을 위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결국 이런 인테리어에 대한 생각도 부차적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야기했던 그리고 앞으로 이야기할 것들은 어쩌면 가장 중요한 내용이 없을 수도 있다. 알맹이를 찾기 위한 글이기에 알맹이가 없는 건 당연한 걸 수도. 

결국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알맹이를 찾기 위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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