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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을 팔 것인가?


 당연히 음료와 디저트를 팔아야겠지만 오늘 얘기하는 무엇은 보다 큰 틀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당연히 이후에 우리가 생각하든 무엇에 대한 것도 이야기를 할 것이다.

 요즘 카페라고 하면 공간을 파는 곳이다. 이건 스타벅스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러한 스타벅스의 전략이 대한민국에 제대로 들어맞았고 카페는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닌 고객이 공간에 대한 값을 지불하고 부가상품으로 음료를 받아 공간을 이용하는 곳으로 인식되었다. 이때부터였을지 모르겠지만, 어느 순간 모든 카페가 스타벅스가 기준이 되어서 그에 맞춰서 운영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가격을 먼저 인상하면 따라서 인상을 하고, 스타벅스와 비슷한 BGM을 틀곤 한다. 

 

 공간을 샀다고 생각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카페에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하는 거 같다. 자고로 카페란 커피를 마시는 곳이지만, 앞서 얘기했듯이 대한민국에서 카페의 더 이상 그런 곳이 아니기에.

우리는 음식점에서 공부를 할 수 없으며 장시간 자리를 차지하고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없다. 왜냐면 음식점은 말 그대로 음식을 파는 곳이고 장시간 앉아 있으면 민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음식점을 가는 사람들의 목적은 단 하나로 분명하다. 하지만 카페는 다르다. 저마다 각자의 목적을 갖고 카페를 방문한다. 카페도 음식점과 마찬가지로 커피를 파는 곳이지만 카페를 방문하는 이들의 목적은 공간을 이용하기 위해서 가는 것이기에 장시간 앉아있어도 그 누구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결론은 현재의 카페는 음료를 팔고 있지만 공간도 함께 팔고 있으며 주객이 전도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재미있는 건 고객은 사장의 생각과는 다르게 맛있는 음료와 디저트가 있으면 금상첨화인 것이지, 굳이 음료까지 맛있을 필요는 없다. 왜냐면 음료가 맛없다고 해서 카페를 안 가는 건 아니다. 그 카페를 다시 안 갈 뿐. 카페 자체를 가지 않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의자가 불편하거나 인테리어가 별로면 안 갈 수는 있다. 그리고 음료는 내가 마시기 전까지 맛있는지 맛없는지 알 수 없으니 맛있어 보이게 사진만 잘 찍으면 된다. 이건 어쩔 수 없는 것이겠다. 그래서 창업할 때 카페 인테리어에 신경을 쓰는 게 아닐까? 물론 맛있는 음료까지 판다면 좋겠지만. 

내가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건 일할 때 음료를 마시고 싶지는 않지만 미안해서 시키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결국 공간을 이용하는 것에 대해 고객은 값을 지불하는 것이다. 카페는 더 이상 음료를 파는 곳이 아님을 현장에서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 기간 살아남은 카페들의 공통점은 맛이다. 이게 정말 아이러니다. 살아남았다는 건 다시 그 카페를 가게 만드는 이유가 있다는 것인데 그게 결국 맛이다. 맛없는데 분위기가 좋고 의자가 편하다고 살아남을 수 없으며 이것이 그 카페를 재방문하게 되는 이유가 될 수는 없다. 앞서 이야기한 것들은 일회성이기 때문에. 정확하게 말하자면 분위기가 좋고 의자가 편하면서 음료까지 맛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손님들은 공간을 사러 오지만 공간만 마음에 들면 안 된다는 것이다. 공간을 사는 것과 동시에 곁다리로 딸려오는 음료 또한 괜찮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내 카페를 어떤 공간으로 만들지 생각해봐야 한다. 애석하게도 내가 할 수 있는 건 딱히 없을 것이다. 이건 내가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카페를 이용하는 손님들이 만들어가는 것이다. 물론 내가 의도해서 인테리어를 하고 분위기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그건 한계가 있다. 아무리 커피를 전문적으로 파는 카페로 만들어도 그곳이 대학가이거나 공부하는 손님들이 하나둘씩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카페가 되고 어느새 나도 모르게 그 수요에 맞게 카페를 바꾸고 있을 것이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다. 

 

 이쯤 되면 우리는 커피가 아닌 공간에 대해 공부를 더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내가 창업하는 이유는 커피를 판매하기 위함이라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카페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공간을 이용하기 위함인데 사장이 커피에만 몰두하고 있다면 그 카페가 얼마나 갈 수 있을까? 근데 웃긴 건 결국 살아남는 건 맛있는 커피를 파는 곳이다. 결국 우리는 공간과 커피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다 잡아야 한다. 

커피에 대한 이해도만큼이나 공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공간을 어떻게 사용하고 사람들로 하여금 어떻게 하면 이 공간을 사게끔 만들지 생각해야 한다. 우리는 커피만 파는 게 아니라 공간도 같이 팔고 있기 때문에.

 

 이제 맛은 기본이며 손님들의 재방문하게 만드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그게 메뉴의 다양성 또는 커피의 맛이 아닌 공간이 주는 무언가 여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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