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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라떼아트 꼭 해야 할까?

 라떼아트에 대해서는 나는 긍정적이다.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지만, 적어도 머그잔에 음료가 나간다면 적어도 하트라도 그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라떼아트도 수많은 서비스 중 하나에 속하며, 손님의 재방문을 기대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물론 바리스타의 만족도 때문에 하는 걸 수도 있고 고객 입장에서 별생각이 없을 수 있지만, 점점 라떼아트를 하는 매장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이유가 있지 않을까? 

수요가 있기 때문에 다른 매장과 조금이라도 차별성을 두기 위해서 또는 차별성 두는 것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라떼아트를 하는 경우도 있겠다. 결국 라떼아트는 필수로 해야 하는 것처럼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라떼아트를 교육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는 게 아닐까?  

 

 라떼아트의 유/무에 따라서 음료의 맛이 바뀌지는 않는다. 아트가 있든 없든 라떼의 맛은 늘 똑같다. 하지만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점점 아트는 당연시되어가고 있다. 특히나 개인 카페에서 말이다. 왜 개인 카페에서는 이러한 기대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번은 너무 바빠서 아트를 하지 못한 채로 라떼가 나간 적이 있는데, 대놓고 말하지는 않았지만 블로그에 후기로 아트가 안 되었다며 글이 올라온 적이 있다. 일반화시키는 걸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개인 카페는 라떼아트를 하고 있다는 게 아닐까?

앞서 이야기했듯이 우리는 프랜차이즈에서 라떼아트를 기대하지는 않는다. 프랜차이즈의 존재 이유는 어느 지점이든 동일한 맛과 속도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바쁜 시간에 라떼아트를 할 시간은 없다. 빌지 한 장이라도 빠르게 쳐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라떼에 아트가 되어서 나온다고 해서 문제가 될 건 전혀 없다. 

종종 프랜차이즈에서 라떼를 주문하면 거품을 대충 올려서 주는 경우가 있는데, 차라리 거품을 안 올려주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라떼 아트를 할 시간이 없으면 적어도 정성스럽게 거품을 올려주는 노력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이건 개인 카페도 마찬가지다. 대충 스팀 치고 거품도 대충 올리면 정말 마시고 싶지 않은 라떼다. 차라리 일회용 잔이면 이해를 할 수 있지만 머그잔에 그렇게 나오는 건 나는 실례라고 생각한다.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일했을 때 라떼나 카푸치노에 아트를 안 하면 또는 제대로 된 아트가 아니면 나가지 않았다. 다시 음료를 만들어서 제공을 했다. 이건 그 브랜드의 정책은 아니었고 당시 사장님의 규칙이었다. 화려한 아트가 아니어도 적어도 정성스러운 하트라도 그려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머그잔, 일회용 잔 구분 없이 아트를 해서 나갔다. 생각해보면 일회용 잔이라도 아트를 안 하는 것도 웃긴 거 같다. 동일하게 값을 지불을 했는데 손님이 보지 않는다고 또는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아트를 안 한다는 것이 말이다. 잔에 상관없이 라떼아트를 해서 나가는 매장이라면 동일하게 라떼아트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번은 제주도에 있는 유동 커피에 가서 라떼를 주문을 했는데 내가 앉은자리에 바리스타가 와서 눈앞에서 아트 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라떼를 제공해줬다. 이건 좀 신선했다. 물론 이게 가능한 이유는 매장이 굉장히 작았고 바에서 테이블 간의 거리가 멀지 않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한 게 아니었을까 싶다. 하지만 굉장히 바쁜 매장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건 굉장하다고 생각한다.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재방문을 할 이유가 충분하다고 본다. 물론 당연히 맛도 좋았다. 나는 누군가가 제주도에 간다고 하면 이 카페를 꼭 추천한다. 맛도 맛이지만, 이러한 퍼포먼스 때문에 가서 꼭 라떼를 주문하라고 얘기한다. 이것이 이 카페의 수많은 전략 중 하나가 아닐까? 

지금은 카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재방문의 이유가 필요한데 바로 이것이 재방문의 이유가 되지 않을까? 백조를 그려주셨지만 만약에 하트만 그려줬다고 해도 나는 다른 이가 제주도에 간다고 한다면 추천을 해줬을 것이며 다시 제주도를 간다면 다시 방문할 것이다. 어차피 커피를 마실 거라면 보는 즐거움도 챙기는 게 당연한 게 아닐까? 

아트가 된 걸 보는 것과 그 과정을 보는 건 꽤 차이가 있다. 둘 다 신기하지만 그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는 건 더 신기하다. 

라떼아트는 결국 퍼포먼스인데 이걸 손님이 있는 테이블에서 보여줬으니 더 수준 높은 퍼포먼스를 한 셈이다. 

 

 사실 라떼아트를 할 줄 몰라도 상관은 없다. 맛만 좋으면 되니까. 하지만 보기도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커피는 마시기 전, 맛을 보기 전에 눈으로 한 번 맛을 본다. 그렇기에 아트가 중요한 게 아닐까? 그렇다고 해서 아트가 없다고 해서 손님들이 라뗴를 안 마시는 건 아니니까. 결국 마실 사람은 마신다. 다만 이것도 하나의 서비스가 아닐까? 

 

 잊어서 안 되는 건 맛있어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그림에만 치중할 수 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것이지 보기 좋은 떡이 맛있다는 건 아니다. 라떼아트는 라떼의 맛을 한층 업그레이드해주는 것이지 맛없는 라떼를 맛있게 해주는 게 아니며, 없던 맛을 창조해 내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결국 기본은 맛이다. 맛있어야 라떼아트가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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