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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이런 글을 쓰기엔 유럽을 다녀온 횟수는 고작 2회이고 기간은 70일 정도 되는 거 같은데 이런 글을 써도 될까 싶지만, 지속적으로 제가 유럽을 가고 그리고 가고 싶어하는 이유는 있다고 생각이 들기 때문에 글을 쓰려고 합니다.

유럽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나라들을 다 가본 건 아니다. 두번째 여행이 첫번째 여행처럼 유럽을 돌고 오는거였다면 웬만한 나라는 다 다녀왔을지 싶은데 두 번째 유럽 여행은 '한 달 살기'라는 콘셉트로 떠났기 때문에 첫 번째 나라처럼 많은 나라와 많은 도시를 다녀오지는 못했다.

만약 두 번째 여행 당시(17년 겨울~18년 겨울)에 한 달 살기가 유행하지 않았더라면 첫 번째 여행과 비슷한 여행을 했을 거 같다. 유행에 쉽게 휩쓸리는 편은 아닌데 저 때 왜 한 달 살기를 결심하고 준비했는지 모르겠다.

지금 생각해보면 굉장히 부족했던 한 달 살기였다. 뭐든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느끼기야 하겠다만, 후회보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한 달 살기였다.

지금 다시 간다면 좀 달라지지 않을까 싶지만, 아마 비슷할 거 같다. 그래도 한 달 살기 덕분에 딩고 라이프에서 인터뷰도 하고 나에겐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한 달 살기였다. 한 달 살기를 시작함으로써 블로그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도 있다. 여러모로 나에게 많은 것을 안겨준 여행이었다.


첫 번째 유럽 여행은 멋도 모르고 간 여행이었다. 무엇을 하든 첫 번째는 항상 그런 거 같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게 첫 번째가 가지고 있는 특징인 거 같다.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했다고 생각했지만 가서는 물론 만족했지만 다녀오니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첫 번째 여행이 좋은 건 첫 번째 여행이 있었기에 두 번째가 있는 것이고 세 번째가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여행 때부터 블로그를 했으면 좋았겠지만, 그땐 블로그에 대한 생각이 전혀 없었기에. 이제 와서 16년도의 여행인 첫 번째 여행을 포스팅하고 싶어도 기억이 잘 나지를 않는다.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루고 있다. 점점 까먹고 있는데.. 여름에 포스팅을 마무리해야 할 텐데. 이왕 이렇게 된 거 내년 여름에 날짜를 맞춰서 마치 생생한 여행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해서 올려야겠다. 그러면 무더운 여름을 견뎌낼 수 있는 나의 힘이 될 거 같다. 그리고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며 지친 나에게 큰 원동력을 주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나는 내가 엄청난 집순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닌가 보다. 한 번 여행을 다녀오니 시간만 나면 돈만 생기면 어떻게든 가려고 기를 쓰고 있다. 무엇이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 이후에는 어려울 게 없는 거 같다. 물론 첫 번째 여행이 별로였다면 다신 안 간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유럽이라고 한국과 다를 건 없다.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이다. 있을 거 있고 없을 거 없다. 어쩌면 편리성을 따져본다면 한국만 한곳이 없다. 유럽 어디를 가도 이건 마찬가지다. 굳이 내가 유럽에 있는 모든 나라와 도시를 가보지 않아도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입을 모아서 얘기한다. 살기 좋은 건 한국이라고 한다. 우리는 한국이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여행객의 입장에서 그리고 거주민의 입장에서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면 한국만큼 살기 좋은 나라는 없다.

물론 각종 범죄의 위험은 있지만 적어도 소매치기가 기승을 부리지는 않는다. 그리고 소매치기는 웬만하면 잡을 수 있다.

24시간 운영하는 카페와 편의점 그리고 피시방, 찜질방 등 많은 돈이 없어도 하루 정도는 대충 보낼 수 있는 곳이 있다. 그리고 화장실과 물에 대해서 굉장히 관대하다. 이점은 여행하면 크게 느낀다.

한국도 물을 돈 주고 사 먹기는 하지만 식당에서는 돈 주고 사 먹지는 않는다. 하다못해 길 가다가 아무 음식점 들어가서 양해를 구하고 물 한 잔 정도 얻어 마실 수 있다. 화장실 또한 마찬가지다. 어느 음식점을 가도 화장실이 없으면 없었지 돈을 내고 이용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유럽은 내가 이용하는 모든 것이 돈이다. 이게 어쩌면 맞는 걸지도 모른다. 이로 인한 장점은 있다.

화장실이 굉장히 깨끗하다. 공원에 있는 화장실조차 돈을 받는다. 백화점에서도 받았다. 이건 좀 어이없지만. 재밌는 건 그 와중에 소변과 대변의 요금 차이가 있다. 돈을 낸 만큼 화장실이 굉장히 쾌적하다. 이런 장점도 있는 거 같다. 재화를 지불함으로써 얻는 만족도가 좀 높은 편인 거 같다. 맥도날드에서도 돈을 내고 화장실을 이용했는데, 진짜 깨끗하고 무슨 호텔 화장실처럼 음악이 나오고 고급스러운 느낌이었다. 그래서 좀 더 있고 싶었던 기억이었다.

한국에서 살면서 빠름에 너무나도 익숙해졌다. 왜 빨라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모든 사람이 빠른 걸 원하고 빠르게 생각하고 행동한다. 사회가 빠름에 익숙해져 있고 빠름이 당연한 것이다. 우리는 이걸 빠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이라고 생각을 한다. 하지만 유럽에 다녀오니 우리가 너무나도 빠르게 살고 있던 거 같았다. 물론 유럽이 느리게 사는 것도 있다. 모든 행동이 느리다. 문화의 차이라고 받아들이면 편하다.

여행하는 입장에서는 시간이 금보다 비싸지만 유럽을 갔으면 그 나라의 문화에 따르고 배우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어도 유럽 여행을 간다면 여유로움을 즐기는 게 좋을 거 같다.

비록 그것이 답답하고 느림이라고 생각이 들지라도 그것을 여유라고 생각하고 즐긴다면 보다 좋은 여행이 될 거 같다.

느림이 주는 예의라는 것도 있다. 만약에 내가 휴대폰 매장에 갔는데 직원 둘이서 대화중이라면 내가 그 대화를 끊고서 내 용무를 볼 수가 없다. 보통 한국이라면 직원이 먼저 와서 말을 걸겠지만 유럽은 대부분이 아니더라. 내가 그들의 대화를 끊는 것이 오히려 무례한 것이다. 그러니 여유를 가지고 그들을 기다리자. 굳이 기다린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나는 내 일을 보면 되는 것이고 그들은 그들의 일을 보는 것이다. 그리고 백날 눈치 줘봤자 그들은 이게 눈치를 주는 건 줄 모른다.

핵심은 느림의 미학을 배우는 것이다. 빠른 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나의 돈. 이것 외에는 뭐하나 빠른 것이 없다. 심지어 결제하는 것조차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성격이 급한 사람이라면 패키지여행을 이용하거나 유럽은 안 가는 게 좋을 거 같다.





유럽이라고 높은 건물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서울처럼 높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지는 않다. 그리고 그 높이가 그리 높지도 않고 신식 건물이 아니라 옛날 건물이라고 해야 할까. 조상들이 물려준 건물 그대로 살고 있다. 높은 건물들이 별로 없어서 하늘이 잘 보인다. 건물들이 하늘을 가리지도 않으니 하늘을 볼 일이 많다. 아니면 하늘이 좀 낮은 걸 수도 있다. 유독 동유럽에서 하늘이 낮게 느껴졌는데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다들 유럽 여행은 비싸고 혼자 가기 무서워서 좀 꺼려 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전보다 유럽 여행이 보다 보편화되었고 항공사도 취항을 많이 하기 때문에 전에 비한다면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다만 그 저렴함이 동남아와 비교한다면 저렴이 될 수 없지만 말이다.

욕심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적은 비용으로 다녀올 수 있다. 돈이 많이 드는 이유는 욕심과 편함 때문이다. 이건 확실하다. 일단 직항을 타는 건 편해서인데 경유하면 훨씬 저렴하다. 다만 직항에 비해 불편하다.

숙박도 마찬가지다. 8인실 도미토리와 멋진 뷰를 자랑하는 호텔과의 가격 차이는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욕심과 편함을 버린다면 얼마든지 저렴하게 다녀올 수 있다. 물론 마지노선이라는 건 있다. 최소한의 비용이 좀 높을 뿐이지 그렇게 상상을 초월하는 금액이 필요하지는 않는다.


내가 오늘 적은 유럽과 한국의 장-단점은 순전히 여행객에서의 입장이다. 내가 거기서 산다면 장점이 단점이 될 수 있고 반대로 단점이 장점이 될 수 있다. 어쩌면 단점은 단점이 아닌 게 될 수 있다.

글을 쓰다 보니까 빨리 여행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하루에 한 끼만 먹어도 좋으니 누가 나 좀 보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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