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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편에서는 일본 여행 준비 기간과 평소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 내가 어떤 생각과 이미지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 글을 썼다.


너도 여행이 가고 싶니?-3

https://traveljj.tistory.com/180



도쿄 여행을 하면서 가장 놀랐던 점은 전철을 탈 때 내리는 사람이 다 내리기 전에 아무도 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내가 여행하는 동안에 그 누구도 먼저 타려고 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의 내렸을 때 즘이면 탈 법도 한데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내리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게 확실히 길을 비켜준다. 이런 사소한 부분에서 일본이라는 나라가 굉장히 질서정연하다고 느껴졌다. 절대적으로 사람이 많은 출-퇴근 시간에도 그렇게 시끄럽지 않다. 타인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큰 거 같다. 한국이라면 시끄러워서 서로 목소리가 들리지 않고 서로가 더 큰 목소리를 내기 바빴을 텐데 말이다.


도쿄에서 지내고 있는 친구가 얘기해준 건데 버스를 탈 때 휴대폰을 하거나 떠들거나 영상통화를 하면 안 된다고 한다. 이게 매너라고 하는데. 그래서 여행객들은 버스를 타면 불편할 거라고 했다. 그래도 한 번은 타보고 싶었지만 전철 타도 충분히 여행은 가능했고 뭔가 버스는 미지의 세계였다. 별거 아니었지만 그 얘기를 듣고 나서 버스를 보니까 뭔가 내가 접근할 수 없는 세계처럼 보였다. 다음에 가면 한 번은 타봐야겠다.

도쿄엔 오락실이 굉장히 많다. 오락실이라는 문화가 아마 일본에서부터 시작된 게 아닐까 싶다. 한국에도 꽤 많았지만 지금은 많이 사라졌다. 물론 최근에 인형 뽑기가 유행하기 시작했고 그에 맞춰서 많은 오락실들이 생겨났지만.


오락실에 가면 한 쪽은 우리가 흔히 아는 동전을 넣고 하는 추억의 게임들이 있다. 총 게임부터 시작해서 자동차, 오토바이, 다른 그림 찾기, 음악게임 등 여러 가지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한 쪽은 파친코가 있다. 도박 게임인데 굉장히 다양하게 있다. 물고기를 잡는 것도 있고 카드 게임도 있고 슬롯머신도 있는 거 같다. 사실 일본어로 되어 있어서 뭐가 뭔지 모르는 게임들이 많았다. 그냥 정장 입은 사람들이 앉아서 열심히 돈을 넣고 또 돈을 넣고 끊임없이 돈을 넣는다. 이용객의 97% 정도는 남성이며 대부분 정장을 입고 이용한다. 이유는 모르겠다. 이마저도 이들에게 일종의 매너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도박장 하면 굉장히 음침하고 관리가 안 될 거 같고 어두운 곳에 있을 거 같지만 그렇지 않다. 굉장히 깔끔하고 관리가 잘 되는 편이다. 1층에 있는 곳도 많다. 한국처럼 1~2층 정도의 규모가 아니라 빌딩 전체가 오락실이다. 그래서 여러 가지 게임들을 접할 수 있다. 마작이랑 경마도 있었다. 일본은 도박의 나라인지 게임의 나라인지 알 수 없지만 둘 다 강국인 것은 틀림이 없다.


나도 한 번 해보고 싶었지만 게임을 할 줄 모르는 데다가 돈도 없었고 애초에 도박과 나는 거리가 멀다고 느꼈기에 그냥 적당히 게임만 하고 하는 사람들 구경이나 했다. 그리고 어떤 원리로 하는 건지는 모르지만 돈을 넣고 뭐 대충 버튼 몇 개 누르다가 운 좋으면 동전이 와르르르 나오는 게임이 있었다. 그리고 나와 같은 여행객이 게임하는 걸 구경하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여행객이 잭팟이 터진 거 같다. 정확하게는 어떻게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청난 코인들이 쏟아져 나왔다. 진짜 엄청난 양의 코인들이 나왔다. 아마 돈을 꽤 벌었을 것이다. 코인의 가치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지만 100개에 1,000엔 혹은 10개에 1,000엔 이 정도 했던 거 같다. 그 여행객은 주변 사람들에게 일정량의 코인을 나눠줬다. 그리고 얼떨결에 나도 친구와 받았다. 일종의 공돈이 생긴 셈이다. 다시 환전을 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왔으니 한 번은 해보고 싶었다. 내 돈 주고 하기엔 아까웠는데 공돈이 생긴 것이고 그 사람도 내가 이걸 게임으로 쓰길 바란 것이지 환전하길 바라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 사람이 떠난 그 자리에 바로 앉아서 그 기운을 이어 받아 열심히 게임을 했다. 무슨 게임인지 모르지만 일단 열심히 돈 넣고 버튼을 열심히 눌렀다. 죄다 설명이 일본어니까 알 수가 있어야지. 그리고 당연히 돈은 한 푼도 벌지 못했고 이젠 좀 아는 게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언어를 몰라도 할 수 있는 게임을 찾다가 간단한 카드 게임을 찾았다. 결론은 열심히 탕진했고 나는 코인 1개를 기념주화처럼 갖고 나왔다.

나는 도박과는 아무래도 거리가 먼 듯싶다. 그래도 모르는 여행객 덕분에 좋은 경험을 했다.


도박장을 뒤로 한 채 거릴 거닐다 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도박장이 많았다. 그런데 그 도박장 인테리어나 조명이 그 어떤 상점 보다 밝고 화려하게 되어있었다. 아마 외적인 이미지를 밝게 함으로써 도박에 대한 이미지를 좋게 하려고 하는 게 아닐까? 어두운 조명이면 좀 다가가기 어려울 텐데 조명도 밝고 관리가 잘 된 듯한 느낌을 주니 일단 거부감 없이 들어가게 되는 거 같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양복 입고 게임하고 있는 사람들 중에서 회사를 퇴근하고 온 사람도 있을 테지만 회사를 가는 척하고 오락실로 온 사람도 있을지 싶다. 아니면 아까 말한 대로 오락실마저 예의를 차리고 가는 걸지도 모르겠다.


오락실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을 구경하고 있으면 다들 반듯한 자세로 게임을 하고 있다. 게임하러 간 거면 대충 앉고 삐딱하게 앉아서 할 법도 한데 누구 하나 삐딱하게 앉아서 하는 법이 없다. 게임할 때도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인 건지, 지금 하는 게임이 마지막 게임인 것처럼 하는 마음인 건지, 아니면 몸에 밴 자세인 건지는 모르겠다. 이렇게 질서정연하고 정리가 된 일본 사회가 때론 섬뜩할 때가 있다. 순간순간 굳이 이래야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좀 과격하게 말하면 사람들이 로봇 같기도 하다. 감정 없이 살아가는 듯한 느낌을 줄 정도로 각져있거나 자로 잰 듯한 느낌을 줄 때도 있다. 이게 일본의 매력이라면 매력이겠지만.


아직 일본이라는 나라를 한 번밖에 가보지 않았기에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대략적으로 어떤 느낌의 나라인지는 알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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