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8x90

14. 고가의 장비를 꼭 사용해야 할까?

 

 카페를 창업하는 데 있어서 인테리어만큼 큰 비용이 들어가는 게 바로 장비가 아닐까. 커피 머신은 생각보다 비싸다. 그리고 은근히 사야 할 게 많다. 그라인더와 머신만 있으면 될 거 같지만 생각보다 필요한 것들이 많다. 

 

 그렇다고 고가의 장비가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다. 매장 상황에 맞게 장비를 구비하는 게 맞다. 일반적인 생각으로는 비싼 게 제일 좋다고 생각할 수는 있지만 커피 같은 경우는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본다. 물론 커피를 추출하는 데 있어서 고가의 장비일수록 안정적이고 일정한 건 맞지만 꼭 그렇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내 매장 상황에 맞는 그리고 예산에 맞게 장비를 사는 게 정답이다. 

그리고 장비보다 더 중요한 건 원두다. 아무리 좋은 장비를 사용한다고 해도 원두가 좋지 않다면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는 게 무의미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원두도 장비에 맞게 써야 한다. 차라리 장비를 한 단계 내리고 원두를 좋은 걸 쓰는 게 더 나은 선택이 될 수도 있다.

 

 결국 커피라는 건 원재료가 좋아야 맛이 좋기 때문이다. 장비는 그다음이다. 아무리 고가의 장비여도 맛없는 걸 맛있게 만들어주는 기능은 없다. 원래 맛있는 걸 더 맛있게 만들어준다든지 아니면 그 맛있음을 최대한 보존을 해주는 정도이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건 불가능하다. 그래도 여유가 있다면 비싼 걸 사는 게 싼 거보다는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드라마틱한 맛을 연출하는 건 아니니 무조건 고가의 장비를 사용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는 벗어나면 좋을 거 같다.

 

 머신의 가장 큰 단점은 바꾸기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부터 선택을 잘하는 게 제일 좋다. 내 매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기본적으로 상권이라는 게 존재하기 때문에. 예를 들자면 오피스 상권에서 슬레이어 에스프레소 모델을 사용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 물론 사용하겠다면 사용할 수 있지만, 그건 상권 분석을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오피스 매장은 무조건 음료를 빠르고 정확하게 나감과 동시에 늘 일정한 맛을 유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적당한 고가의 장비를 사용을 해줘야 한다. 동시에 그라인더에 투자를 해줘야 한다. 바쁜 점심시간에 아메리카노를 수십 잔을 만들 텐데, 그라인더가 안정성을 갖고 있지 않다면 그날 장사는 끝났다고 봐야겠다. 만약에 장비에 투자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없다면 대처 능력을 키우고 눈썰미를 키워야 한다. 발열을 잡아주는 그라인더가 아니라면 상황에 맞게 내가 조절만 해주면 된다. 

 

 만약 내가 하고자 하는 카페가 대형 카페가 아닌, 소규모의 감성 카페라면 머신을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고 본다. 어차피 그런 카페는 커피를 마시기보다는 공간을 사용하기 위함이기 때문에 커피가 빠르게 나올 필요도 없다. 그리고 오피스 상권처럼 사람들이 몰리지도 않기 때문에 그라인더에 큰 투자를 하지 않아도 된다. 물론 할 수 있다면 하는 게 좋겠지만 현실적인 걸 고려해보자는 것이다. 누구나 다 알고 있다. 좋은 원두에 좋은 고가의 장비를 사용하는 게 제일 좋다는 걸.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없으니까 현실 속에서 최대한 타협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아무튼, 중요한 건 상권에 맞는 장비를 사는 것이다. 소규모 카페에서 3그룹의 머신은 어쩌면 사치가 아닐까 싶다. 마치 오피스 매장에서 드립 커피를 판매하는 것처럼 말이다. 

 

 원두, 머신, 그라인더 이렇게 세 가지 중에서 나라면 원두> 그라인더> 머신 순으로 투자할 거 같다. 원재료가 일단 좋아야 하고 그리고 그 원재료를 가는 그라인더가 좋아야 비로소 좋은 커피가 나온다고 생각한다. 진짜 좋은 원두면 개똥 같은 머신으로 내려도 어느 정도는 그 맛을 표현할 수 있다고 본다. 일종의 손맛으로 봐도 될 거 같은데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안다. 악기가 아무리 후져도 대가가 잡으면 좋은 소리가 난다는 걸. 그러니까 원두와 그 원두를 컨트롤하는 내 손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대로 장인이 볶은 원두를 저가 머신에 내린다고 한다면 그 맛이 잘 나올 수 있을까? 너무나도 당연한 거 같지만 간과하기 쉬운 거 같다.

 

 비싸면 좋지만 내 매장에 맞는 머신을 선택하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