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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히 연재물처럼 쓸 생각은 없었는데 네이버 블로그와 티스토리를 동시에 운영하는 게 좋지 않다고 해서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네이버엔 지금처럼 여행 관련된 정보와 여행기를 포스팅하고 티스토리는 글 위주의 게시글이 좋을 거 같아서 당분간 어쩌면 네이버에서 티스토리로 넘어오지 않는 이상은 글 위주의 게시글을 쓸 거 같다.


그리고 주제는 당연히 여행 관련된 이야기가 될 거 같다.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겠지만 일단 여행에 관심이 많은 현재로서 여행 관련된 글을 쓰려고 한다. 얼마나 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쓸 거 같아서 느낌상 한 4~5편까지만 쓰면 더 쓸 말이 없어질 거 같긴 한데. 일단 쓸 수 있는 데까지는 써봐야겠다.


여행이라고 늘 설레고 즐거운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때로는 지치고 무섭고 좋지 않은 일들도 있다. 늘 즐겁고 재미있는 일만 있다면 여행이라고 볼 수 없다. 즐거운 일만큼 역경이 존재해야 여행의 참 맛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행복이 지속되면 그것이 행복인 줄 모르는 것과 같이 때로는 어려운 일도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6년 파리 여행 중에 발생한 일을 얘기해보려고 한다. 파리엔 워낙 사기꾼들이 많다. 강매하는 사람도 있고 사진 찍고 돈을 받는 사람도 많다. 이탈리아랑 파리가 유독 심한 거 같다. 가기 전에 어느 정도 사기꾼들에 대해서 정보를 알아서 갔기 때문에 여행하는 동안 별 탈 없이 지냈다. 하지만 약간 방심한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어디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횡단보도 앞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목이 너무 말라서 옆에 있는 아저씨에게 여기 마트가 어디에 있는지 물어봤고 그 아저씨는 친절하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리고 나에게 시간을 물었다. 그 사람도 휴대폰이 있었는데 왜 내게 물어봤는지 모르겠다. 아마 경계심을 허물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해보지만 실제로 내 휴대폰과 그 사람 휴대폰 시간이 달랐다. 그래서 이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그리고 사진을 파리 고등학교 역사 선생님이라고 소개했다.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어봤고 한국에서 왔다고 했을 때 한국의 여러 도시 이름을 나에게 말했다. 서울, 안산, 인천. 그리고 친구들 몇 명이 한국에 살고 있다고 했다.

만약에 서울만 말했더라면 약간 사기꾼인가 의심이라도 해봤을 텐데, 안산과 인천까지 얘기해서 사기꾼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리고 나에게 동네를 소개해줬다. 여기엔 뭐가 있고 여기엔 원래 뭐가 있었는데 뭐가 생겼고 이래저래 잘 설명해줘서 고마웠다. 그리고 나는 너무 목이 말라서 마트가 어디에 있냐고 물었는데, 근처 카페 가서 커피 마시면서 자기가 한국인 친구에게 쓴 편지를 한국어로 번역 좀 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기 때문에 알겠다고 하고 같이 카페를 같다.


날씨가 좋아서 밖에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하고 오겠다고 하고 그 아저씨는 갔다. 그리고 가서 물과 티라미수를 주문했다. 왜.. 티라미수를 주문했을까. 나는 먹고 싶은 마음은 없었는데.. 뭐.. 일단 그럴 수 있지. 그러고 내게 14유로를 달라고 했다. 나는 큰 의심 없이 14유로를 주고 기다렸다. 설마 그 사람이 사기꾼이라고 생각을 진짜 정말 생각을 아예 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아저씨를 기다리면서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지만 애써 무시했고 시간이 10분, 20분이 흐르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내가 당했다는 것을. 황당함에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숙소로 돌아가서 스태프와 숙소에 있던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하며 대충 털어버렸다. 14유로면 그렇게 큰돈은 아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해 보자면 3만 원 정도 되는 금액이다. 여행객에겐 좀 큰돈인데. 아니네. 큰돈이네. 여하튼 14유로면 파리에서 적당히 괜찮은 음식점에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금액이고 유리아쥬 립밤을 3개나 살 수 있고 할 수 있는 게 생각보다 많네. 큰돈이 아닌 게 아니네. 큰돈이다. 


이 사건은 아마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여행하면서 처음으로 사기 아닌 사기를 당했기 때문이다. 몽마르트르 언덕에서도 팔찌 강매를 당하지 않았는데 어처구니없게 나는 낭만이 가득한 파리 한복판에서 보기 좋게 당해버렸다. 이 맛에 여행을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후로는 사기를 당하지 않았다. 


안 좋은 일이라고 하면 안 좋은 일이라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일어나야 여행을 하는 느낌을 받는다. 굳이 돈을 잃는 일이 아니더라도 버스를 반대로 탔거나 막차 시간을 잘못 계산해서 버스를 타지 못하고 숙소까지 걸어가거나, 기대에 비해 별로인 관광지라든지 여행하면서 흔히 일어나는 일들이다. 여행은 늘 좋은 일들만 가득할 수는 없다. 대부분 좋은 일들이 가득하지만 그 와중에 별거 아닌 일이 내 여행을 망치곤 한다.


아직 사기 아닌 사기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관광지 그리고 이외의 이야기들이 많다. 설렘 가득한 여행보다는 설렘과 동시에 긴장이 되는 여행이 좋은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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