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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이 가득한 파리의 사진을 쓰고 싶었으나 그런 사진은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으니 대충 몽마르뜨 언덕 가기 전에 찍은 사진으로 대체해야겠다.


내가 왜 파리를 낭만의 도시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없다. 거리를 거니는 커플만 봐도 로맨틱해 보인다. 아마 파리가 주는 이미지와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면 나의 선입견과 편견 그리고 파리에 대한 동경이 만들어 낸 허상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파리는 내 생각만큼 낭만적이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 파리 여행을 다녀온 사람에게 물어보면 파리는 왠지 모르게 낭만적이라고 입을 모아 얘기한다.


내가 파리를 낭만적인 도시라고 생각하게 만든 가장 큰 원인은 날씨에 있다고 볼 수 있다. 6월 중순이었으니 여름이라고 볼 수 있지만 아직 파리는 여름이라고 보기 어려운 날씨였다. 봄 날씨가 아닌 가을 날씨였다. 가을이 주는 약간의 추위가 나를 긴장하게 만들었고 나의 뇌는 그것이 설렘이라 판단해서 나로 하여금 파리는 낭만적인 도시라고 생각하게끔 만든 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그런 건지 유독 파리에서 탄생하는 연인들이 많았다.


아니면 파리가 내 유럽 첫 도시라서 그런 걸지 모르겠다. 들뜬 마음으로 간 도시이니까 모든 게 아름다워 보이고 설렘이 가득하니 온 동네가 낭만적인 것처럼 보였을지도 모르겠다. 거기에 에펠탑은 반짝거리니 내 머릿속에 낭만을 더해주는 큰 포인트가 아니었을까. 무엇이 나를 파리에 매료되게 만들고 낭만의 도시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는지 아직까지 알 수 없다.


그렇다고 그 큰 고철 덩어리가 파리를 낭만적인 도시로 만든 요소로 보기는 또 어려울 거 같다. 내가 평소 프랑스 영화를 즐겨 보거나 소설을 읽는 것도 아니고 그 어떤 로망을 갖고 있지도 않았다. 그저 약간의 동경이 있을 뿐이었다. 이 동경 또한 정재형이라는 아티스트 때문에 생겨난 것이지 파리라는 도시가 나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줘서 생겨난 것은 아니다. 그러니까 나는 평생 파리에 대해 관심도 없고 무지했는데 고작 6일밖에 있지 않았는데 낭만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파리에서 세느강을 따라서 걷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뭔가 낭만적이지 않는가? 하지만 비엔나에서 도나우 강을 따라 걷는 모습을 생각해봐라. 딱히 낭만적이지 않는다. 내가 둘 다 해봐서 아는데 같은 강인데 확연히 느낌이 다르다. 도나우강도 어디를 걷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걸었을 땐 그냥 한강에서 산책하는 거랑 별다를 바가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파리가 낭만적인 요소를 단 하나도 찾아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파리가 낭만이 가득한 도시라고 생각한다. 수많은 사기와 도난이 있지만 그걸 덮을 수 있을 만큼 파리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매력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파리를 기억할 수 있을만한 물건을 사 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 흔한 에펠탑 마그네틱조차 사 오지 않았다. 엽서는 도시별로 사 왔지만 마그네틱은 왜 사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집에 콜로세움 마그네틱만 3개나 있다. 생각해보니 에펠탑 열쇠고리도 하나 샀는데 가방에 잘 달고 다녔는데 어느 순간부터 안 보이더라. 다음에 가면 꼭 마그네틱이랑 열쇠고리를 좀 사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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