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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스페셜티 커피란 무엇인가?

 

 국내에 스페셜티 커피라는 단어가 등장한지는 그리 오래되지는 않았다. 당연히 내가 인지하기 전부터 사용이 된 단어이지만 지금처럼 흔히 사용되는 단어는 아니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눈을 뜨고 나서 보니 스페셜티 커피의 열풍이 불었고 유행 아닌 유행이 되면서, 이젠 스페셜티 커피를 취급하지 않는 카페를 찾기가 힘들어졌다. 어느 정도냐면 더 이상 스페셜티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로써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고 본다. 너도 나도 다 스페셜티 커피라고 하니 그 희귀성이 떨어짐과 동시에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기대감이나 궁금증이 좀 낮아졌다고 해야 할까?

 

 오늘은 내가 스페셜티 커피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내리거나 이론적인 내용을 다루고자 글을 쓰는 게 아니다. 원래 그런 글을 쓰지도 않을뿐더러, 쓸 수준이 되지도 않는다. 이 스페셜티 커피라는 걸 어떻게 내 매장에 적용하며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쓰는 스페셜티 커피를 어떻게 마케팅하고 손님에게 판매할지 생각해보면 좋을 거 같다. 

 

 조금 극단적인 예를 들어보자면, 스페셜티 커피를 대충 내리는 것과 커머셜 커피를 정성스럽게 내리는 것. 어떤 것이 더 맛있을까? 물론 원재료가 비교가 안 될 정도의 차이가 난다면 대충 내려도 맛있다. 하지만 그 애매한 경계선에 있거나 천상계 수준이 아니라면 어쩌면 정성스럽게 내린 커머셜 커피가 대충 내린 스페셜티 커피보다 맛있지 않을까? 특히나 사람은 커피를 입으로만 마시는 게 아니다. 눈과 귀 그리고 코와 입으로 마시기 때문에 단순히 원두가 좋다고 해서 커피가 맛있지는 않다. 

 

 내가 어떤 점에서 스페셜티 커피가 더 이상 스페셜티 커피로써의 제기능을 하지 못하며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쓴다고 생각했냐면, 저가 브랜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도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다고 한다. 물론 사용할 수 있다. 충분히 사용할 수 있지만,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스페셜티 커피는 아니겠다. 스페셜티 커피 안에서도 나뉘기 때문에. 아무튼, 이제 너도 나도 다 스페셜티 커피 쓴다고 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니까 무엇이 스페셜티 커피이고 낫 스펫셜티 커피인지 구분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왜냐면 특정 점수 이상만 받으면 스페셜티 커피라고 할 수 있으니까. 근데 이게 맞을까? 

 

 나 또한 스페셜티 커피를 어쩔 수 없이 판매할 것이다. 왜냐면 그게 더 맛있다고 생각하니까. 실제로 맛있는지는 모르겠다. 커피는 기호 식품의 영역이며 지극히 취향으로 갈리기 때문에. 다면 요즘 커피 업계는 여전히 산미라는 것을 쫓아가고 있으며 스페셜티 커피가 대부분이 그렇다. 그러니까 우리가 생각하는 전통적인 커피의 맛은 어찌 보면 스페셜티 커피보다 한 단계 낮은 수준의 커피라고 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그 커피가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나이키와 샤넬을 비교할 때 무엇이 나쁜 브랜드라고 하지는 않는다. 무엇이 더 좋거나 유명한 또는 고급스러운 브랜드라고 하지. 하지만 요즘 샤넬 또한 나이키만큼 이미지를 많이 소비하고 있으며 전보다 갖고 있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남에 따라 전만큼의 위상을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다고 본다. 이게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의 현주소가 아닐까? 샤넬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렇다고 샤넬이 급이 낮은가? 그건 절대로 아니다. 조금은 다른 이야기처럼 들릴 수는 있지만 나는 지금의 스페셜티 커피가 딱 샤넬의 상황이 아닌가 싶다. 

 

 나는 여전히 원재료보다는 바리스타의 서비스와 매장의 분위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품질이 낮은 커피를 판매해도 된다는 건 절대 아니다. 어느 정도 커피의 맛이 받쳐준다면 그 이외의 것들도 그 이상의 맛을 끌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절대 맛의 커피보다는 약간은 부족하지만 다시 방문하고 싶게 만드는 카페가 오래 살아남을 수 있다고 본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맛있는 커피 + 질 좋은 서비스면 금상첨화다. 만약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질 좋은 서비스를 선택하겠다. 이건 우리나의 카페가 어떤 위치에 있으며 어떤 곳으로 사람들이 사용을 하고 있고 재방문의 요소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금방 답이 나온다. 

 

 결론은 좋은 원재료와 질 좋은 서비스가 동반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며, 현재 스페셜티 커피라는 건 마케팅의 한 부분으로 차지한 것으로 보인다. 스페셜티 커피를 사용한다는 것으로 손님에게 기대감을 갖게 하거나 또는 특정 이미지를 심어주는 것이니까. 그리고 우리는 그걸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스페셜티 커피를 판매하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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